
매일 아침 아이 둘 등원준비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TV를 틀어놓곤 합니다. TV를 넋 놓고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영상 시청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힘들기 때문에 영상에 기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디어는 단순히 아이를 조용히 시키는 디지털보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아들을 키우며 겪은 시행착오와 미국소아과학회의지침을 바탕으로, 영상 보여달라고 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미디어를 보여줄 수 있을지와 허용할 수 있는 원칙등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기준 - 우리 아이 발달 단계에 맞는 건강한 미디어 허용원칙
많은 부모님들께서는 미디어는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차단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금지할수록 아이의 갈증은 더 커지기만 합니다. 중요한 것은 차단이 아닌 기준이 필요합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18개월 이하의 영아에게는 영상 통화를 제외한 미디어 노출을 피할 것을 권장하며, 2~5세 아이들에게는 하루 1시간 이내의 고품질 프로그램을 부모님과 함께 시청할 것을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우리 가족만의 미디어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6세와 14개월 아이가 있는 저희 집은 밥을 먹거나 잠들기 전에는 미디어를 절대 보지 않는 원칙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첫째 아이가 보는 콘텐츠들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기에 밥 먹을 때 또는 잠자러 갈 때 바로 끄는 것을 규칙으로 정하고 지내왔는데, 6세가 된 지금에는 보면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게임 이외에 보지 않아야 할 것들도 아무렇지 않게 노출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아침저녁으로 1시간이라는 시간을 정해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처음 규칙을 세울 때는 아이가 보고 싶은걸 많이 못 보게 됐다며 엄청 울곤 했습니다. 특히 영상을 끄라고 하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보며 그냥 보여줘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물러서면 미디어를 다시 통제하는 것이 불능의 영역이 됩니다. 저는 항상 아이가 영상 보는 시간이 끝나기 5분 전에 마치 알람처럼 미리 한번 알려준 후, 약속을 지키면 내일은 더 재미있는 걸 볼 수 있다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영상을 끄는 행동에 참여함으로써 정서적 주도권을 느끼고, 영상이 끝나는 상황을 훨씬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무조건적인 차단은 아이에게 반발심을 주지만, 아이와 이야기하면서 정한 기준은 책임감 있는 아이로 성장하게 합니다.
환경 - 미디어 노출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환경 설계
TV를 없애면 아이가 스마트폰은 조금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미디어 노출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환경설계에 중요한 것은 아이의 시선과, 부모님의 모범에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아아의 손이 닿는 곳에 방치되어 있다면, 아이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집어 들게 됩니다. 저는 미디어를 줄이기 위해 눈에 보이는 곳에서 치우기를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아이들이 잘 보지 않는 서랍장에 보관하고, 거실 중앙에 있는 TV는 꺼두었습니다.
그리고 부모의 미디어 습관을 교정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영상을 보여달라고 떼쓰는 이유 중 하나는 부모님이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신랑이 스마트폰을 보며 소파에 누워있고 아이들은 놀이를 한적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아빠에게 하던 놀이를 멈추고 다가가 함께 스마트폰을 보기도 했습니다. 미디어 의존도가 높아지는 아이를 보며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아이 앞에서는 스마트폰대신 아이와 함께 블록놀이를 하거나 그림 그리기를 하였습니다. 놀랍게도 확실히 아이의 영상요구가 현저히 줄어드는 걸 확인했습니다.
미디어의 빈자리를 오감 놀이와 신체 활동으로 채워주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미디어를 왜 이렇게 많이 보는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심심해서 보는 거라고 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하면서도 너무 방치했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장난감을 다 꺼내어 거실을 공룡 박물관으로 만드는 놀이도 하고, 이불을 펼쳐 바다동물 장난감을 꺼내 바닷속 놀이도 함께 하였습니다. 엄마와 요리하는 시간도 가져보고, 아빠랑 종이박스로 만들기 하면서 느낀 점은 미디어에서 얻는 시각적 자극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정서적인 충족감이 높아졌습니다. 미디어를 강제로 빼앗는 대신, 아이가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환경을 꼭 만들어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것이 스마트폰보다 아이의 뇌 발달에 건강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소통 - 미디어 활용하여 아이와 정서적 교감 쌓기
영상을 보여주고 옆에서 집안일을 하는 방치형 시청은 미디어 교육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입니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부모와 함께하는 시청을 강조합니다. 아이가 혼자 영상을 보면 미디어는 뇌의 수동적인 정보 입력기로 작용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보면 미디어는 풍부한 대화의 소재가 됩니다. 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볼 때, 옆에 앉아 끊임없이 질문을 합니다.
이러한 소통형 시청은 아이의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줍니다. 단순히 영상만 보는 것이 아닌, 인물의 감정을 읽고 상황을 분석하며 아이의 언어 발달과 정서 발달을 동시에 돕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영상을 같이 보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재미가 없었지만, 막상 같이 영상을 보며 대화하다 보니 엄마와 좋아하는 공유한다는 것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만약 아이가 무분별하게 영상을 원한다면, 저는 영상의 내용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상을 본 후 독후 활동처럼 영상 활동을 합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미디어 세상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세상 밖으로 확장하는 법을 배웁니다. 미디어를 방치가 아닌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게 되면, 우리 아이는 미디어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스마트한 아이로 성장할 것입니다. 오늘 저녁, 아이가 영상을 보여달라고 할 때 스마트폰을 주고 자리를 떠나지 마시고 아이 옆에 앉아 함께 세상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