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아들을 키우는 집의 아침은 매일이 전쟁입니다. "빨리 밥 먹어라", "빨리 씻자"라고 수십 번 외쳐도 허공을 메아리치는 제 목소리를 들을 때면, 내 아이지만 참 대화가 안 통한다는 절망감에 빠지곤 합니다. 아들과 소통하는 시간들이 매번 훈육과 잔소리로 끝나는 것이 늘 마음의 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뇌 구조와 심리적 특성을 공부하고 실제 육아에 적용해 보면서, 아들과의 대화에도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들 둘 엄마의 생생한 경험담을 담아, 아들의 입을 열고 마음을 움직이는 이해, 경청, 인정 대화법을 적어보겠습니다.
이해 -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아들 속도차이를 인정하기
아들과 대화가 안 된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엄마와 아들의 언어적 속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과학적으로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 비해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좁아, 감정을 말로 언어화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립니다. 엄마는 결과에 대한 이유를 말해보라며 다그치지만, 아들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이유를 몰라서 혹은 말이 안 나와서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첫째가 동생 장난감을 뺏어서 울리는 장면을 보고 화가 나서 동생 장난감을 왜 뺏냐며 화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첫째는 대답 대신 울거나 소리를 지르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 이 바로 아들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입니다. 아들에게 대화를 시도할 때는 엄마의 속도를 늦춰야 합니다. 바로 대답을 원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감정이 가라앉고 뇌가 언어를 고를 수 있는 5분의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제가 사용한 방법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말해줄 수 있니?"라고 이야기하며 부드럽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는 엄마가 기다려줄 테니 생각나면 천천히 이야기해 줘라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는 차분하게 다시 이야기를 하며 본인의 속 마음을 이야기를 합니다.
아들은 본능적으로 공간지능과 활동성이 높습니다. 대화가 필요할 때는 마주 보고 앉아 취조하듯 묻기보다는, 함께 블록을 쌓거나 나란히 걷는 등 함께 활동하는 시간을 활용하여 이야기하면 훨씬 수월합니다. 아이의 몸이 움직일 때 경직되었던 사고도 유연해지면서 속에 있던 진심이 툭 터져 나오기 마련입니다. 아이를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려고 준비하는 시간임을 이해하는 것이 아들과 대화하는 방법의 첫 번째 단추입니다.
경청 - 짧고 명확한 시각적 대화법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아이가 엄마의 말을 듣는둥 마는 둥 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산더미 같은 집안일을 하며 아이에게 해야 할 일들을 지시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에게 이런 긴 문장의 말들은 그저 소음으로 작용합니다. 아들은 청각적 주의력이 여자아이보다 낮고,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정보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들과의 대화에서 경청이란, 엄마가 아이이야기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가 엄마 말을 경청하게 만드는 기술을 포함합니다.
아들의 효과적인 경청을 유도하기위해 제가 사용한 방법은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눈 맞추며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설거지하다가 소리를 지르는 대신,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혀 눈을 맞춥니다. 그리고 "엄마 봐봐"라고 짧게 이야기하며 아이가 하던 것을 멈추게 한 후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여기서 한 번에 딱 한 가지만 말합니다. "지금부터 1시간 후에 TV 끄는 거야" 이렇게 짧고 명확한 문장은 아들의 뇌에 명확한 명령어로 입력이 됩니다. 이때 아이가 알겠다고 대답을 하면,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또한, 아들은 시각 정보에 매우 민감합니다. 저는 말로만 빨리하라고 재촉하는 대신 시각 적 타이머나 체크리스트를 활용했습니다. "시계 숫자가 18:00으로 바뀌면 밥 먹을 거야"라고 시각적 기준을 제시하자, 아이는 제 잔소리를 듣지 않고도 스스로 시간을 경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소통이 잘된다면 아이가 직접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때 아이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스스로 조절하고 엄마의 말에 경청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됩니다. 경청의 핵심은 아이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엄마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엄마가 먼저 아이의 행동을 경청해 주고, 아이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응답해 줄 때 아들과의 대화는 원활하게 될 것입니다.
인정 - 결과보다 노력을 알아주는 아들 맞춤형 칭찬
마지막 단계는 아들의 존재 자체와 아이가 가진 에너지를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들은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승부욕과 성취욕구가 강합니다. 특히 엄마는 아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관객이 됩니다. 제가 정신없는 날에는 아이가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했을 때 결과만 보고 칭찬했는데, 이런 행동은 아들에게는 대화의지를 꺾는 좋지 않은 행동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아이가 만들어온 과정을 함께 이야기하고 과정을 칭찬해 주었더니 더 신나서 이야기하는 아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물을 떠서 가지고 오다가 쏟았을때, 예전에는 "조심 좀 하지 , 이게 뭐야?"라고 화를 냈었지만, 이제는 아이의 의도를 알아보고 인정을 해줍니다. "스스로 물을 가지고 오려고 했구나. 물은 닦으면 되니까 괜찮아. 다음에는 두 손으로 컵을 잡아 볼까?"라고 말을 해줍니다. 아이의 실수를 비난하기보다 엄마에게 부탁하는 대신 스스로 물을 가지고 오려고 한 의도를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칭찬할 때도 "착하다" 같은 표현대신 "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는 모습이 정말 용기 있어 보여"처럼 구체적인 행동과 아들이 가진 힘을 연결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들은 자신의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받을 때 엄마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됩니다. 아이가 "엄마 이것 좀 보세요!"라며 달려오는 아들에게 "우와, 진짜 대단한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라고 격하게 반응해 주는 리액션은 아들을 육아할 때 꼭 필요합니다. 인정의 대화법은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의 신뢰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 사춘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소통의 창구를 이어가게 됩니다.